
Blankr의 플러그인 목록을 처음 열어본 사람들은 가끔 멈칫합니다.
국어사전이 세 개입니다. 비슷해 보이는 것이, 따로 나뉘어 있습니다.
기능을 하나씩 설명하기 전에, 우리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부터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조금 돌아가야 합니다.
강원국 작가 — 두 명의 대통령 연설문을 쓴 사람이자,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 — 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습관을 이렇게 말합니다.
"국어사전을 열어놓고 쓰십시오."
처음 들으면 의아할 수 있습니다. 맞춤법을 확인하려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그가 말하는 사전 활용법은 교정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휘는 생각을 담는 그릇입니다. 머릿속에 아무리 훌륭한 장면이 있어도, 그것을 담아낼 단어가 없으면 문장으로 꺼낼 수 없습니다. 글의 선명도는 전적으로 작가의 어휘에서 나옵니다. 어휘력이 곧 사고력인 이유입니다.
떠오른 단어를 그냥 쓰기 전에 먼저 사전을 찾아보세요. 유의어들을 훑어보며 더 정확하고 예리한 단어를 고르세요. 뜻풀이를 읽으면 그 자체로 좋은 문장이 됩니다. 예문을 보면 내 글에 쓸 수 있는 구조가 보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말고 백과사전까지 가면, 단어 안에 숨어 있던 역사와 깊이가 열립니다.
이것은 맞춤법 검사가 아닙니다. 언어를 다루는 태도입니다.
우리는 이 태도를 에디터 안으로 들여오고 싶었습니다. 작가가 글을 쓰다 사전이 필요한 순간, 창을 닫고 브라우저를 열고 검색하는 그 흐름의 단절 없이. 쓰는 중에, 쓰는 맥락 안에서, 바로 열 수 있도록.
그런데 사전을 하나 가져오려고 보니 — 목적이 저마다 달랐습니다.
국립국어원이 편찬한 가장 권위 있는 사전입니다.
단어의 품사, 어원, 정확한 뜻풀이. 이 단어가 어디서 왔고,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쓰이는지를 가장 단정하게 알려줍니다. 글의 뼈대를 세울 때, 정확한 용례가 필요할 때, 내가 쓰려는 단어가 맞는 단어인지 확인하고 싶을 때 — 기준이 되는 사전입니다.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믿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지만, 성격이 다릅니다. 사용자들이 참여해 계속 업데이트되는 개방형 사전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아직 오르지 못한 신조어, 전문 용어, 방언, 생생한 입말들이 여기 있습니다. 현대 배경의 소설을 쓰거나, 특정 직업군의 언어를 담아야 하거나, 딱딱한 표준어 대신 지금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말을 찾을 때 유용합니다.
언어는 고여 있지 않습니다. 우리말샘은 그 흐름을 따라갑니다.
국립국어원의 한국어 기초사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Blankr가 작가들을 위해 재구성한 사전입니다. 이름이 '영감사전'인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서 단어를 검색하면 의미를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유의어, 반의어, 관련어, 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어떤 장면을 묘사해야 하는데 딱 맞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영감사전을 열어 비슷한 단어들의 예문을 훑다 보면 — 막혀 있던 문장이 풀립니다. 찾던 것을 찾는 게 아니라, 찾아야 한다는 것조차 몰랐던 것을 발견하는 경험입니다.
사전이 아니라 일종의 언어 지도입니다.
Blankr는 당신의 글을 대신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더 좋은 문장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옆에서 조용히 돕습니다.
세 개의 사전은 그 철학의 가장 작은 단위입니다. 거창한 AI 기능보다 훨씬 단순하지만, 아마 당신의 글쓰기 습관을 가장 조용하고 깊게 바꿔줄 것입니다.
다음에 문장이 막히는 순간이 오면, 브라우저를 열기 전에 먼저 영감사전을 열어보세요. 수십만 개의 단어가 당신의 다음 문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